바텀즈: 십대의 성(性)과 정체성을 다룬 신선한 시선

이미지
2023년 개봉한 미국 인디 영화 <바텀즈(Bottoms)>는 한마디로 ‘정형화된 하이틴 장르에 주먹을 날린’ 작품입니다. 기존 십대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급진적이고 대담한 서사, 그리고 성소수자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스토리라인은 이 작품을 단순한 틴 코미디가 아닌, 사회적 선언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바텀즈>가 어떻게 하이틴 장르를 새롭게 재해석하며, 성(性)과 정체성에 대한 시선을 확장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클리셰를 비틀다: ‘싸움 동아리’를 연 레즈비언 주인공들 영화는 레즈비언인 두 명의 고등학생 PJ와 조시(레이첼 세노트, 아요 에데비리 분)가 학교에서 인기가 없고, 성적 관계도 없다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여성 자기방어 클럽’을 가장한 ‘싸움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내 인기 있는 여학생들에게 접근하려 합니다. 줄거리만 보면 터무니없고 과장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그 과장된 설정 안에서 ‘하이틴 영화의 규칙’을 정면으로 비틀며 새로운 감수성을 전달합니다. 이성애 중심의 사랑 이야기, 잘생긴 남자 주인공, 미식축구 경기와 프롬 파티로 대표되는 미국 고등학교의 고정 틀을 뒤엎고, 진짜 10대들이 고민하는 성적 정체성과 소속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펼쳐냅니다. 십대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 <바텀즈>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10대의 성적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PJ와 조시는 여느 십대처럼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고, 욕망을 느끼며,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바텀(bottom, 사회적 최하층)’에 놓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 위치를 자조하거나 피해자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PJ와 조시는 자기 방식으로 세계를 재정의하고, ‘바텀’이라는 말조차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끌어안으며 유쾌하게 반격합니다. 10대의 욕망이 ...

생토메르: 모성과 법정 드라마의 여성 내면 고찰

이미지
2022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프랑스 영화 <생토메르(Saint Omer)>는 겉으로는 법정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여성의 모성,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고립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감독인 앨리스 디오프(Alice Diop)는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여성의 내면과 감정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법정의 진실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는가? 모성은 과연 본능일까, 아니면 사회가 강요한 책임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침묵의 재구성’ <생토메르>는 2016년 프랑스 생토메르 지역에서 실제로 발생한 ‘유기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한 젊은 세네갈 출신 여성이 자신의 15개월 된 딸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되는데,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 그 이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감독은 당시 재판을 직접 방청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충격을 바탕으로, 영화 속 주인공 로랑스 콜리의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영화는 범행 자체보다는, 그 여성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내면의 소용돌이와 사회적 고립이 그녀를 그 지점으로 밀어붙였는지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침착하고 이성적인 피고인의 태도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동시에,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모성에 대한 낡은 통념을 깨다 <생토메르>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모성’이라는 주제를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영화에서 엄마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본능적으로 보호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모성’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감정이 아님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로랑스는 법정에서 “아이를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그 아이를 없애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모순된 진술은 단순히 ‘거짓말’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출산 이후 사회적 단절과 인...

더 우먼 킹: 역사 속 여전사 리더십 5가지 포인트

이미지
                                    최근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더 우먼 킹(The Woman King)>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서아프리카의 다호메이 왕국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여성 전사 집단 ‘아고지(Agojie)’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인 나니스카 장군(비올라 데이비스 분)은 강력한 리더십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으로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며, 여성이 주도한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더 우먼 킹>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역사 속 여전사의 리더십 5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완성된다 영화 속 나니스카는 처음부터 강력한 리더로 등장하지만, 그녀 역시 수많은 훈련과 시련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고지 전사들은 혹독한 전투 훈련과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공동체의 수호자로 성장합니다. 이는 리더십이 단순한 재능이 아닌, 지속적인 훈련과 자기 성찰,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리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습관, 꾸준한 노력, 그리고 반복되는 훈련이 결국 리더를 완성합니다. 2. 리더는 모두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리더십의 핵심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데 있습니다. 나니스카는 왕과의 의견 충돌 속에서도 공동체의 안전과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때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때론 정치적인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모습은 진정한 리더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사회나 조직에서도 좋은 리더는 언제나 “이 결정이 모두에게 이로운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더 우먼 킹...

길 복순: 암살자와 엄마의 이중생활 서사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 복순>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한국형 여성 액션의 진화이자, ‘일상’과 ‘극단’을 동시에 살아가는 한 여성의 내면을 그려낸 심리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복순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청부 살인자이면서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중생활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살인자’라는 극단적인 직업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갈등과 모성의 본질을 묻습니다. 암살자 복순, 냉철한 프로페셔널 복순(전도연 분)은 K-컴퍼니라는 킬러 조직에 소속된 전설적인 킬러입니다. ‘실패 없는 타겟 처리’로 이름난 그녀는 모든 킬 미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조직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칼처럼 정확한 판단력, 강력한 체력, 감정 없는 눈빛까지. 그녀는 타인의 생사를 가르는 순간조차 흔들리지 않는 훈련된 프로입니다. 하지만 이 냉혹함은 단지 직업적 능력일 뿐, 복순이라는 인물이 가진 본질은 단순히 ‘살인기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이성과 임무로 무장한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뿐, 쾌락이나 폭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녀의 냉정함은 삶을 지키는 수단이지, 본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마 복순, 딸을 향한 흔들리는 마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복순이 단순히 ‘암살자’가 아닌, 사춘기 딸을 둔 ‘엄마’라는 점입니다. 복순은 딸 재영에게 자신이 킬러라는 사실을 숨기고, ‘해외 출장 잦은 마케팅 팀장’으로 살아갑니다. 그녀는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딸의 말에 귀 기울이려 애씁니다. 하지만 진실을 숨기는 관계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점점 엄마와 거리를 두는 재영의 행동은 복순에게 혼란을 줍니다. 어떤 폭력보다 복순을 무너뜨리는 건, 딸이 보내는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입니다. 이는 직업적 위협이 아닌, 인간적인 무력감이며, 이 지점에서 복순의 감정은 극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조직과의 충돌, 그리고 선택의 기로 복순은 어느 날 조직이 내린 중요한 미션을 고의로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여성 우정의 시대별 의미 해석

이미지
서론 1991년 개봉한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는 패니 플래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두 여성 듀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현재의 에블린과 닌니, 1920년대 미국 남부의 이지와 루스. 세대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는 충성심, 회복력, 전통을 넘어선 사랑을 주제로 삼아 여성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핵심이 되는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우정과 유대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 살펴봅니다. 1. 닌니의 이야기로 깨어나는 에블린 현대의 이야기에서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에블린 카우치가 요양원에서 닌니 스레드굿을 만나며 인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닌니가 들려주는 휘슬스톱 마을 이야기, 특히 이지와 루스에 관한 이야기들은 점점 에블린의 자존감과 삶의 의지를 되살립니다. 이 서사는 단순한 회상이 아닌, 세대를 잇는 구술 전통이 어떻게 여성에게 삶의 방향과 힘을 되찾아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 이지와 루스, 사회 규범을 거스른 관계 영화의 중심축은 이지 스레드굿과 루스 제이미슨의 관계입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성 역할과 사랑에 대한 당시의 규범을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거칠고 자유로운 성격의 이지, 온순하고 전통적인 루스. 이 둘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고 아이를 키우고 카페를 운영합니다. 둘의 관계는 가족, 우정, 사랑이라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선택한 가족’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상징합니다. 3. 휘슬스톱 카페, 지역사회의 피난처 이들이 운영하는 휘슬스톱 카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기능합니다. 이 카페는 대공황 시기에 가난한 이들, 주변부 인물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안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는 여성들이 공동체 내에서 돌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를 지탱하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상기시킵니다. 4. 프랭크 베넷 실종 사건의...

서프러제트: 여성 참정권 투쟁의 상징이 된 5가지 장면

이미지
‘서프러제트’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투표권을 위해 싸운 용기와 인내를 기리는 영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다섯 개의 잊을 수 없는 장면을 소개합니다. 서론 2015년작 서프러제트(Suffragette) 는 세라 가브론 감독, 애비 모건 각본으로 제작된 영화로, 20세기 초 영국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전 생애를 걸고 싸운 이야기를 다룹니다. 캐리 멀리건이 주연을 맡고, 헬레나 본햄 카터와 메릴 스트립이 조연으로 출연해 역사적 사실성과 감정적 깊이를 모두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으로 기억될 만한 다섯 개의 장면을 중심으로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살펴봅니다. 1. 세탁소에서의 대면 장면 영화 초반, 마우드(캐리 멀리건)가 일하는 뜨겁고 습한 세탁소에서의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은 여성들이 겪은 억압적인 현실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마우드의 화상과 멍든 피부를 집요하게 비추며, 노동의 착취와 신체적 고통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이 세탁소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여성들이 부당한 체계에 묶여 있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상징합니다. 단순한 캐릭터 설명을 넘어, 노동 불평등과 성차별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2. 의회 앞에서의 마우드 연설 용기를 낸 마우드는 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과 여성 참정권의 중요성에 대해 진술합니다. 이 장면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만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그녀가 혼자 방 안에 서 있는 모습은 ‘한 명의 여성이 거대한 체계에 맞서는 모습’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이 장면은 개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정치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적 전환점입니다. 3. 감옥에서의 강제 급식 장면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마우드가 단식 투쟁 중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의도적으로 끔찍하고 생생하게 연출되어 여성들이 겪었던 폭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

죠커: 플렉을 만든 7가지 심리 요인

이미지
영화 “조커”(2019)는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이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을 통해 전 세계의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서는 전형적인 만화 속 악당이 아닌, 인간의 고통과 복잡함을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하게 된 7가지 주요 심리적 영향 을 살펴보며, 정신 건강, 트라우마, 그리고 체계적인 방치의 결과에 대해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학대 아서의 과거는 심각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양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어머니의 남자친구로부터 폭력과 방임을 당했습니다. 신체적 학대와 무관심으로 인해 정서적 상처는 물론 뇌 손상까지 입게 되었죠. 이러한 성장 환경은 안전감과 신뢰, 그리고 건강한 감정 발달을 빼앗았습니다. “정신 질환이 가장 힘든 점은, 사람들이 마치 없는 것처럼 행동하길 바란다는 거야.” – 아서 플렉 2️⃣ 신경학적 손상과 감정 조절 장애 아서의 가장 뚜렷한 고통 중 하나는 통제 불가능한 웃음 발작입니다. 이는 흔히 신경학적 손상 이후 발생하는 감정 조절 장애(Pseudobulbar Affect) 증상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아서가 어린 시절 학대에 의한 외상성 뇌 손상을 겪었음이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어렵고, 실제 감정과 맞지 않는 웃음이나 눈물이 터져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신경학적 후유증은 기분장애, 사회적 기능 저하, 문제 행동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3️⃣ 극심한 사회적 고립 아서에게는 진정한 친구도, 의미 있는 인간관계도, 지지해주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그의 사회적 접촉은 어머니를 돌보는 것과 일터, 거리에서의 짧고 어색한 대화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적인 외로움은 그의 우울증을 심화시키고, 현실감과 자존감을 약화시켜 망상과 정서적 불안정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4️⃣ 정신 질환과 미충족 욕구 영화에서 아서는 명확한 정신 질환 진단명을 받지는 않지만, 중증 정신 건강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