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자매들의 꿈과 독립을 위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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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자 메이 올컷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2019)>은 단순한 시대극이나 가족 드라마를 넘어, 여성의 자아실현과 독립,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연출 아래, 네 자매의 꿈과 삶은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성의 삶은 왜 가정이라는 공간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꿈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자매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이 작품이 전달하는 연대의 의미를 되짚어봅니다.

조 마치,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작은 아씨들>의 중심에는 조 마치(시얼샤 로넌 분)가 있습니다. 조는 여성에게 정해진 사회적 역할과 기대에 반기를 들고, 작가로서 자립하고자 합니다. 여성은 결혼을 통해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통념 속에서, 조는 독신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글을 쓰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에 전합니다.

조의 서사는 단지 개인적인 성장기가 아니라, 여성의 자율성과 목소리에 대한 선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선택하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납니다. 이 과정은 수많은 현실적 좌절과 갈등을 동반하지만, 그 속에서 조는 더 단단해집니다.

메그, 에이미, 베스… 서로 다른 선택, 그러나 같은 존중

조 외에도 각기 다른 삶을 선택하는 세 자매의 모습은 ‘여성의 길’이 결코 하나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메그는 전통적인 결혼과 가정을 선택하며, 소박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에이미는 미술가로서의 야망을 품고 유럽으로 떠나며, 삶의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베스는 병약하지만 가족을 위한 헌신과 따뜻한 마음으로 모두의 중심이 됩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각각의 선택을 판단하거나 비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이 자매들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이는 ‘진짜 페미니즘’이란 여성의 선택을 무조건 동일화하거나 통일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연대는 희생이 아닌 공감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자매들은 때로 갈등하고, 서로의 길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특히 조와 에이미 사이의 긴장은 자매 간의 경쟁과 질투,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서로의 아픔과 욕망을 이해하며 ‘진짜 연대’로 나아갑니다. 단지 피를 나눈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대는 의무나 희생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집니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돕고 희생해야 한다는 건 누구의 논리인가?’ <작은 아씨들>이 보여주는 자매애는 각자의 독립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연대’입니다.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작은 아씨들>의 마지막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조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편집자와 조건을 협상하고, 책의 소유권을 요구합니다. 여성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유’와 ‘통제’를 조는 스스로 쟁취합니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여성 서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인 셈입니다.

또한 영화는 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서사를 일부 ‘픽션’으로 처리함으로써, 여성의 삶이 반드시 특정한 결말(예: 결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비트는 메타적 장치를 사용합니다. 이는 극 중 조가 선택하지 않은 삶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여성의 삶에 대한 해석을 관객 스스로 하도록 유도합니다.

마무리하며

<작은 아씨들>은 여성의 성장 서사이자,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연대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성에게 요구되는 기준과 역할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사회적 시선에 질문을 던지며, 여성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해나갈 수 있도록 다정하고 강하게 응원합니다.

꿈과 독립, 그리고 사랑은 서로 대립되는 가치가 아닙니다. <작은 아씨들>은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는 자매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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