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누구나 마음속에 지우고 싶은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런 마음의 상처, 특히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장재열은 인기 추리소설 작가이자 라디오 DJ로 겉보기엔 완벽한 삶을 사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관련된 깊은 트라우마를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 고통은 어느새 그의 삶 속에 정신 질환(조현형 장애)이라는 그림자로 자리 잡는다. 반면,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는 겉으론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로 인해 애착 장애와 관계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가까워질수록 스스로를 밀어내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특별한 점은, 두 인물이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깊은 상처를 마주하고, 이해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장재열은 자신의 병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받아들이게 되며, 지해수 역시 재열을 통해 자신이 숨기고 있던 고통과 감정을 직면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병실에서 혼자 버티던 재열이 해수를 향해 말하던 대사였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를 믿어줘서."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고통을 누군가에게 드러내고도 받아들여졌을 때 느끼는 구원의 순간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신 건강 문제에 둔감한 지를 짚어내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넘어서, 트라우마는 숨기거나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껴안고 살아가야 할 것임을 조용히 말한다.
이 작품을 보며 우리는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프고, 또 치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치유는 때로 한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혹시 지금 당신도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면, 기억하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그 상처조차 당신의 일부이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천천히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